가족끼리는 사기 쳐도 처벌 안 받는다? '친족상도례' 규정의 치명적인 허점과 지금 달라진 것들
가족끼리는 사기 쳐도 처벌 안 받는다? '친족상도례' 규정의 치명적인 허점과 지금 달라진 것들
"가족끼리 왜 그렇게까지 해?"라는 말 뒤에 숨은 법의 허점..
예전에는 형제가 부모님 명의의 통장을 횡령하거나, 가족이 사기를 쳐도 "가족끼리 무슨 고소냐"는 말로 흐지부지되는 일이 많았다. 쉬쉬하고 넘어가자는 분위기였다. 여기에는 실제로 법적인 근거가 있었다. 바로 친족상도례라는 형법상 특례 규정 때문이다. 친족상도례란 친족 간의 재산범죄에 대하여 그 형을 면제하거나 친고죄로 정한 형법상의 특례를 말하며,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의 절도죄, 사기죄, 공갈죄, 횡령죄, 배임죄, 권리행사방해죄나 장물죄는 그 형을 면제하고 있었다.
왜 이런 규정이 생겼고, 그리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친족상도례 조항은 사법기관이 가족 사안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1953년 형법 제정 때 도입되었다.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안에서 표면적으로는 가장이, 실질적으로는 가족 구성원이 함께 재산을 소유한다는 전통적인 가계 인식을 전제로 성립한 규정이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시간이 지나며 명백한 부작용을 드러냈다. 가족 간 재산분쟁이 많아지고 유대관계가 약해지면서 그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방송인 박수홍씨의 친형이 박씨의 수익금을 횡령한 사건에서, 박씨의 부친이 친족상도례를 악용해 처벌을 피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적으로 크게 도마에 올랐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들어봐서 알것이라 생각한다. 이 사건은 친족상도례가 약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가족 내 강자의 범죄를 면죄부처럼 작용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특히나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결여된 경우,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다른 구성원에게 의존하기 쉬운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오히려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비판이었다.
2024년 헌법불합치, 그리고 2025년 완전 폐지까지
이러한 문제의식은 결국 헌법재판소의 판단으로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27일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조항이 범죄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관계를 따지지 않고 형벌권을 일률적으로 면제해, 피해자의 재판 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좀더 명확한 결론에 이르렀다. 2025년 12월 3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친족상도례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즉 지금은 "형이 면제되는지 안되는지 애매한 상태"가 아니라, 형 면제 규정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대신 친족 간 재산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전환되었다.
친고죄로 바뀌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이같은 변화의 실질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과거에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 자체가 면제되어, 피해자가 고소를 하더라도 처벌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피해자가 고소를 한다면 정식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해졌다. 즉 "가족이니까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과거의 전제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 다만 친고죄이기 때문에, 피해자 본인이 직접 고소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수사와 처벌 절차가 시작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과거 사건에는 이 변화가 소급 적용될까?
여기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대법원은 2025년 3월 13일 판결에서, 친족상도례에 의한 형 면제를 규정한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말인 즉슨 헌법불합치 결정 이전에 이미 형이 면제되어 처리가 끝난 과거 사건들은, 이 변화로 인해 다시 처벌받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발생하는 가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서만 이 새로운 법리가 적용된다는 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사돈 관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의!
한편, 친족상도례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오해도 많다. 사기죄 피고인의 딸과 피해자의 아들이 혼인하여 사돈지간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민법상 친족으로 볼 수 없으므로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 즉 며느리나 사위의 부모(사돈)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범위에 처음부터 포함되지 않는다!
결론은.....
가족 간에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던 친족상도례는, 2024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거쳐 2025년 12월 완전히 폐지되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이 자동으로 면제되지 않으며, 피해자가 고소하면 친고죄로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이 변화는 소급 적용되지 않으므로, 과거 사건과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적용 법리가 다르다는 점을 정확히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 등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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